1. 들어가면서

요새 바닥을 기는 경기력을 보이다 얼마전 평가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 허감독 체제 이후에 이들에게 거는 개인적인 기대는 낮습니다. 그래도 내나라를 대표하는 팀이라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고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상암이 개장한지 꽤 됐지만 이맘때쯤 가본건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상암구장이 약간 분지식이라 여름에는 습식사우나같이 습도도 높고 푹푹 찌고 겨울에 경기할땐(06년 FA경기)때는 칼바람에 추워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났는데 이번에는 연무가 뿌옇게 끼는 모습이 참 이채로웠습니다. 짝지는 춥다고 빨간 레인자켓 입었는데 저는 선선한 바람이 딱 좋더군요.


2. 선수명단 및 포메이션 : 포메이션의 변화와 박지성 쉬프트(?)

대한민국 출전선수(4-4-2)
18.정성룡(GK) - 12.이영표, 16.곽태휘, 4.조용형, 5.김동진 - 17.이청용, 6.기성용(`79 3.조원희), 8.김정우(`54 8.김형범), 7.박지성 - 11.이근호(`87 9.신영록), 20.정성훈 / 감독 : 허정무
*벤치 잔류 : 1.김영광(GK), 2.강민수, 17.서동현

아랍에미레이트 출전선수(4-4-1-1)
1. 마제드 나세르(GK) – 8.알리 모하메드, 14.바시에르 사페드, 5.파리스 주마, 3.오비아디 칼레이파, - 6.유세프 자베르(`76 13.아메드 모하메드), 9.나와프 무바라크, 11.아메르 가넴, 4.모하메드 오트만(`HT 15.이스마일 살렘) - 10.이스마일 마타르, 7.모하메드 사에드 / 감독 : 도미니크 바테네이
*벤치잔류 : 12.오바이드 모흐드(GK), 18.타리크 하산, 2. 압둘라 말랄라, 17.왈리드 압바스, 16.모하메드 이브라힘

이전의 한국팀과 요 근래의 한국팀이 다른점이라면 쿠엘류감독이래로 부터 쭉 이어오던(중간중간 변화는 있었지만 총제적인 틀이라 생각합니다.) 4-2-3-1에서 4-4-2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봤자 선수 한명 가지고 숫자놀음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허정무감독의 선택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4-2-3-1라는 전술 자체가 두명의 수비형 미들이 수비적인 안정감을 가진 이후에 공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이나 남미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기가 떨어지는 우리나라 국대팀에게 미들에서 숫자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썼던 좋은 전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 근래 한국팀과 만나는 아시아권팀들은 우리나라보다 아무래도 실력상으로는 한수 밑인 팀이라 이렇게 수비적으로 쓸 필요는 없었는데 너무 수비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물론 성남처럼 공격할때 2명의 센터백을 제외하고 총공격에 나가는 4-2-3-1도 있지만 그러한 과감성이 국대팀에서 보기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서 나온것이 4-4-2였고 결과적으로는 예전에 고립이 자주 되던 1명의 스트라이커를 도와주는 서브 스트라이커(이근호)가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다는것을 증명했습니다.

박지성 쉬프트라고 얘기하던 거..
박지성선수는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그는 오른쪽 윙백, 수비형미들, 중앙미들, 중앙공격형미들, 양쪽 윙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건 히딩크 감독이 그의 공격적 재능을 깨운후 그는 5년 넘게 줄곧 양쪽윙에서 경기를 해왔습니다. 이제는 윙에 특화된 선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대표팀에 오면 그를 주로 중앙 공격형미들로 두어 원톱의 고립을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겼습니다. 이는 유럽팀한테는 통할지도 모르겠지만 겹겹히 밀집수비를 하는 아시아권팀한테는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자신이 돌파를 해서 하나 제쳐도 중앙은 양쪽으로 수비가 들어올 수 있으니 또 수비가 들어오면서 고립이 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히려 그자리에는 패스를 통해 팀의 공격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박지성이 지난 평가전부터 자신의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윙으로 돌아갔습니다. 화려한 드리블능력은 아니지만 뛰어난 밸런스와 공간지각력으로 돌파를 쉽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왕성한 활동력으로 팀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3. 전반전 : 화끈한 공격.

생각보다 양쪽 풀백의 공격가담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득점이 있었습니다. 이는 나머지 선수들의 활동량이 정말 많았고 특히 전방의 투톱은 서로가 서로의 플레이를 잘 이해하는것 처럼 호흡이 척척 맞았습니다. 정성훈이 전형적인 타켓형으로 헤딩이나 몸싸움을 통해 아군한테 공간을 열어주면 박지성, 이근호, 이청용, 기성용 이 네명이 빈 공간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김정우는 눈에는 크게 띄지 않았지만 주로 사이드로 빠르게 공격전개를 하면 이 5명의 선수를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했습니다.

이전경기와 다른점은 공격을 하기 위해 볼을 점유하고 있으면 넣던 못 넣던 슛을 날렸고 상대팀에게 볼을 뺏기면 그 볼을 최단시간에 컷을 해서 공격을 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청용의 어시스트를 받은 이근호가 골을 넣었습니다. 이후에도 이영표의 크로스를 상대수비가 미숙한 처리한것을 놓치지 않고 박지성의 원터치후 통쾌한 슛으로 2대0으로 앞서나갔습니다.

그외에도 정성훈의 프리킥이나 셋피스상황에서 김동진의 헤딩슛, 기성용의 슛등 경기내용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전반 막판에 잠깐 UAE의 공격이 있었으나 무위에 그치고 전반이 끝났습니다.


4. 후반전 : 적극적인 공격과 아쉬운 실점.

후반시작과 함께 다시 UAE를 몰아 붙였습니다.
전반도 잘했지만 후반에도 정성훈이 타켓의 역할을 정말 잘했습니다. 수비에서 넘어오는 볼을 정확히 헤딩으로 우리편에게 넘겨준것 뿐 아니라 좌우 크로스볼을 정확히 헤딩으로 슛을 날리는 모습이 정말 좋았고 역습전개에서도 수비를 떨구고 빈 공간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황선홍, 김도훈급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UAE 수비진들이 제공권이 약하다는것은 지난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보였었는데 이를 잘 파고들었다고 생각합니다.(다만 등지는 플레이에서 조금 더 강한 모습을 가졌으면 합니다. 리그 경기에선 안넘어질것 같은 상황에서 이상하게 계속 넘어지더군요.)

기성용이 키퍼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슛을 날려서 크로스바를 맞출정도로 계속 골이 들어갈 것 같은데 안들어 가서 아쉬웠습니다.(이 상황도 정성훈의 헤딩경합 후 떨어진 볼을 슛.)

이후 상대의 거친 태클에 이청용이 부상을 당해서 김형범이 들어갑니다. 태클이후 처음으로 달려갔던 우리선수는(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벤치에 동그라미 사인을 보내며 뛸 수 있단 표현을 했는데 교체를 했고 나중에 집에와서 리플레이를 보니 많이 심한 태클이며 부상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대0리드 상황이고 경기력이 좋아서 맘 놓고 김형범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박빙의 경우 김치우가 들어갔을것 같습니다.)

요새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형범은 리그 최고의 킥커가 무엇인지 보여줬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날카로운 직접프리킥을 보여줬고 코너킥에서도 킥커로 나서며 강한 킥력으로 즐겁게 해줬습니다.

조용형의 미스로 인한 실점은 조용형만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것 같습니다. 상대의 압박이 강하지 않음에 불구하고 후반 20분 이후 급격히 떨어진 체력탓에 백, 횡패스가 많았고 볼을 돌리다가 마지막 수비로서의 처리를 말끔히 못해서 골을 먹힌 책임은 조용형이 가장 크지만 중앙미들진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약 리그였다면 정성룡이 막을 확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공격수가 리그에서 볼 수 없는 드리블로 깔끔하게 넣었습니다. 일본전에서도 이 선수가 서브로 들어가서 골을 넣었는데나중에 원정에 가더라도 대비를 잘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후 UAE가 분위기를 타면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나오고 우리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김형범이 사이드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날린 중거리슛으로 다시 흐름이 한국쪽으로 넘어오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이 부족해보이긴 하지만 한방으로 경기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로 서브로서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이후 조원희가 들어가면서 중원에 활력이 되었고 수비상황에서 역습으로 나가면서 또 다시 이근호의 골, 코너킥 상황에서 곽태휘선수가 4번째 골을 넣으며 4대1로 경기를 마치게 됩니다.


5. 마치면서

이번경기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동국, 조재진이후 찾기 힘들었던 적당한 타켓맨을 찾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박지성, 이근호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2선침투와 그로 인해 3골이나 넣었지만 타켓맨이 적절히 수비를 끌고 갔고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간만에 나온 셋피스상황에서의 골은 고무적입니다. 사우디, 이란이 아닌이상 밀집수비를 하는 팀들한테 셋피스상황은 우리한테나 그들한테나 모두 기회입니다. 동아시안컵인가요? 그 이후 셋피스 골이 거의 없었던것 같은데 좋은 킥커와 좋은 피니셔를 발견했으니 점차 좋아질거라 생각합니다.

허정무감독도 K리거들을 존중했다고 생각합니다. 네임밸류나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뽑았고 그들의 활약이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리그가 발전이 선행해야 국대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겠지요.ㅋ(그러니 리그에도 관심을..ㅋ굽신굽신.)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점이라면 이영표의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비수가 자신의 본분인 수비에 치중하는것은 당연하고 수비력으로는 큰 문제를 삼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공격전개를 하는 과정에서 전진패스를 찾기가 너무 힘듭니다. 특히 후반에 박지성-김형범이 스위칭 되면서 계속적으로 이영표앞에 공간이 크게크게 나는 편이었는데 가끔가다 돌파를 하는 모습은 좋았지만 자신의 앞쪽으로 나가는 선수한테 패스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UAE의 약점이 이영표쪽 사이드였는데 만약 그쪽 사이드로 돌파하는 이근호, 박지성한테 패스가 들어갔다면 더 대승을 거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간만에 속이 후련한 경기를 보았습니다. 기쁨을 나눌 사람과 함께 봐서 더 좋았구요.



덧. 서브에 있는 선수들 뭐 이리 많이 몸 풀게 하나요?? 몸풀다 지칠것 같았음.


    들어가다가 GS애들이 지네 걸개 꿰메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불쌍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더군요.

    국대팀에 한달간 뽀뽀 내기를 걸었는데 이겨서 다행입니다.